사내이사 ‘2년 고정’→‘주총 결정’ 변경…인사권 집중 구조 심화
측근 장기 연임 위한 맞춤형 개정 vs 경영 안정성 위한 합리화

IBK기업은행과 주요 자회사들은 지난 2월 말 임원 임기 규정을 변경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했다. 핵심은 사내이사 임기 조항이다. 기존에는 “임기 2년, 1년 단위 연임”으로 명시돼 있었지만, 개정안은 “임기 1년 이상, 주주총회에서 결정”으로 바뀌었다.
형식상 주주총회 권한을 강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다. 자회사 대부분의 의결권을 모회사인 기업은행이 쥐고 있는 만큼 경영진 의중에 따라 임기 연장 여부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임기 상한이 사라지면서 특정 경영진의 장기 재임이 가능해졌고, 이는 인사권을 가진 행장의 영향력 확대와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을 ‘고무줄 임기 구조’로 규정한다.
설승현 미래지속경영연구원장은 “임기 하한만 두고 상한을 없앤 구조는 주총 결의를 통해 특정 인사의 재임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한다”며 “행장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인사를 장기 연임시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개정의 수혜 사례로 IBK자산운용 대표 인사가 거론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규정이 바뀌며, 기존처럼 1년 단위 심사를 반복하는 대신 주총 결의를 통해 장기 재임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자회사에 안정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관 개정 논란은 최근 IBK기업은행 내부 인사 갈등과 맞물리며 파장을 키우고 있다. 수석부행장(전무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무산되는 등 주요 인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조직 내 긴장도 높아진 상태다.
특히 자회사 대표 인선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IBK투자증권 대표 후임을 두고 내부·외부 인사가 동시에 거론되며 ‘인맥 중심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후보는 행장과의 개인적 인연이 강조되면서 공정성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 환경 변화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금융권 인사 기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정책 당국과의 관계 설정이 복잡해졌고, 이로 인해 주요 인사 결정이 지연되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지배구조 투명성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관 개정이 법적 문제는 없더라도,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설 원장은 “특정 인사의 고용 안정성을 위해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것은 전형적인 거버넌스 리스크”라며 “ESG 관점에서 보면 지배구조 투명성을 후퇴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는 금융그룹 전반의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IBK기업은행 측은 경영 안정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모든 자회사에 동일하게 적용된 변경으로, 중장기 경영 과제 추진과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사장과 대표이사 간 단계적 승계 구조를 원활히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금융권 전반에 제기된 ‘폐쇄적 인사 구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정치권에서조차 금융권을 ‘이너서클 중심 구조’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상황에서 공공성이 강한 국책은행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결국 쟁점은 하나로 모인다.
형식적 절차의 합법성보다 실질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이다.
정관 개정이 경영 안정성을 위한 제도 정비인지, 특정 인사를 위한 권한 집중 장치인지는 향후 인사 운영 결과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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