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경(水鏡)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부자동네타임즈=백수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열겠다며 8월21일 조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임 후보자를 대통령과 면담 없이 서면으로 제청한 것에 대해 31일 국회로 불러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증인 채택에 반발하며 의결 직전 퇴장했다.
조 대법원장이 반년 넘게 이어진 대법관 공백에도 제청을 미루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하는 관례까지 깨가면서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사실상 통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질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권력 분립에 따른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장은 국회 국정감사 때도 출석해 인사말만 한 뒤 곧바로 이석하고, 답변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이 하는 것이 관례였다.
더구나 과거엔 권력 분립을 해친다며 대법원장의 국회 증인 출석을 강하게 반대했던 민주당이다.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국감 답변을 주장하자, 대법원장이 재판 관련 문제까지 답을 해야 하는 전례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박했다. 2021년에도 국민의힘이 김 대법원장의 법사위 출석을 요구하자,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김 대법원장의 국감 답변과 법사위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대법원장을 국회에 부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대법원장을 국회 증인으로 세운 사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2023년 상원 법사위가 의회 증언을 요구하자,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권력 분립 원칙에 반한다며 출석을 거부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을 부르지 않는다. 한국 대법원장처럼 최고재판소 장관이 재판과 사법행정을 함께 맡는 일본도 행정을 담당하는 사무총국 직원들이 국회에 나가 답변하는 것이 관례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관례를 어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민주당도 사법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어져 온 관례를 지켜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새로 남기면 두고두고 논란을 만들 수 있다. 조 대법원장의 법사위 증인 채택은 철회하는 것이 옳다. 
헌법상 대법관 인선은 대법관 후보자추천위의 대법원장에 추천, 대법원장의 제청, 국회 동의, 그리고 대통령의 임명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만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는 주체는 대통령인 만큼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치밀한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직접 만나서 대법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하는 것이 헌정사의 오랜 관행이었다. 조 대법원장 측은 ‘대통령 면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부득이 서면 제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임기가 10개월도 채 안 남은 조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함과 동시에 법원행정처 폐지도 경고하고 나섰다. 행정처를 없앤다는 것은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은 국가 서열 3위인 대법원장의 손발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부적절하다.
헌정 질서 수호에 제일 앞장서야 할 여당이자 국회 다수당이 헌법상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을 해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대법관 임명 제청안을 반려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이미 제청이 이뤄진 대법관 후보자에게 ‘퇴짜’를 놓는 것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핑퐁 대립’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대법관 증원법으로 향후 대법관 수가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는 상고심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 이 대통령은 일단 손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 여야 의원들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서면 제청’ 파장, 靑 초유의 ‘대법관 재제청 카드’ 꺼내나
‘서면 제청 합의’ 진실공방 격화…9월 이흥구 퇴임 땐 2명 공석…靑 “서면 제청 협의 없었다” 반박…與, 법원행정처 폐지론까지 꺼내…김민석 “재판관들도 나서라”…대법원장 거취문제 공론화 압박…국힘 “사법부 장악 시도 멈춰라”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진실 공방이 격화하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관 후보자 임명 거부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사실상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법관사회로 넓히는 동시에 법원행정처 폐지론까지 꺼내 들었고,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맞서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압박이 사법부 독립을 흔들 수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23일 청와대와 여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조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손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하지 않는 방안을 놓고 숙고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후보의 재제청을 요구한 전례는 없다. 최근 청와대가 대법원의 제청 과정을 정면으로 문제 삼으면서 재제청 카드도 실제 선택지로 부상한 것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8월21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기존 관례를 벗어난 패턴”이자 “전례가 없었던 헌정사 초유의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손 부장판사를 그대로 임명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제청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 절차를 건너뛴 일방적 통보를 한 중대한 상황인 만큼 숙고 중”이라고 했다.
제청 과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설명은 정면으로 엇갈린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서면 제청 방식을 누가 제안했느냐는 질의에 “민정수석과 합의해서, 협의해서 정한 방법”이라고 답했다. 대법원장과 대통령 간 만남도 요청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 수석은 이에 “둘 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법관 제청의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있지만 서면 제청 여부 등 구체적인 제청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8일에야 손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시하면서 “협의가 되면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만날 수 있냐”고 문의했다. 청와대는 “협의가 되면 그때 논의하자”는 취지로 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함께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양측이 상당 부분 협의를 마쳤지만 손 부장판사를 놓고는 충분한 조율이 없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청와대가 끝내 손 부장판사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으면 대법관 인선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구성되는 만큼 새 후보를 제청하려면 후보자 천거부터 추천위 구성과 심사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사퇴한 뒤 후보추천위를 다시 꾸린 사례는 있지만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재제청으로 이어진 전례는 없다.
민주당의 압박은 조 대법원장 개인을 넘어 법관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 문제는 사실 사법부가 흥분할 일”이라며 “대법원과 법관들이 조 대법원장의 잘못된 행태를 어떻게 할지 빨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집단지성을 모아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법관들에게 조 대법원장이 잘못했다는 성명을 내고 법관회의를 열어 퇴진을 결의해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사법부 내부에서 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공론화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23일 조 대법원장을 “희대의 대법원장”이라고 비판하며 자진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다만 지도부는 탄핵 추진에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사법개혁 논의도 법원 조직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기동대 역할을 했다”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집행 업무를 맡는 법원사무처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관 인사 등 주요 사법행정 사안을 별도 법관협의체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당에서 아직 논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혀 당 차원의 개혁안으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국회 법사위는 31일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 경위 등에 대한 현안질의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과 노 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승원 의원은 “커튼 뒤에, 대리인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이 했던 일들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청와대의 대응을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장동혁 대표는 “헌법이 규정한 대법관 임명 요건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뿐”이라며 “어디에도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조율하라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 증인 채택을 “사법부 장악 쿠데타”이자 “탄핵 사전 청문회”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진상을 원한다면 증인석에 앉혀야 할 사람은 대통령과 민정수석”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제청 방식과 별개로 대법관 제청권 자체를 정치적 협의의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대통령과의 사전 조율은 원만한 임명을 위해 이어져온 관례일 뿐 헌법이 정한 제청권 행사의 요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후보자 개인의 결격 사유가 아닌 제청 방식과 대통령·대법원장 간 권한 충돌을 이유로 임명 절차를 멈추는 데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가 나온다. 여당이 대법관과 일선 법관들에게 조 대법원장 거취에 대한 집단적 입장 표명까지 요구하는 것도 정치권이 법원 내부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라는 불만이 있다.
대법관 공백 장기화도 현실적인 부담이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자리가 이미 5개월 넘게 비어 있는 가운데 9월7일 이흥구 대법관까지 퇴임하면 ‘대법관 2인 공백’이 현실화한다. 인선 절차가 다시 시작되면 공백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 중인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상고심, 김건희씨 사건 등 주요 재판의 결론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5년 5월에는 천대엽 대법관의 임기도 끝난다. 이번 충돌이 해소되지 않으면 후속 대법관 인선에서도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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